급속한 고령화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 문제는 이제 단순한 우려를 넘어선 현실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55년을 전후해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정부의 공식 재정추계 결과가 발표되면서, 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단지 노후를 위한 재정 수단이 아니라 세대 간의 신뢰와 사회 전체의 연대 의식을 담보하는 핵심 제도입니다. 그만큼 지금 이 시점에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도입 이후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공적 노후보장 제도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저부담-저급여 구조로 운영되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험료는 낮지만 수령액도 적고, 이에 따라 노후 생활을 온전히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청년 세대는 지금의 연금 제도로는 자신들이 노년기에 수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가 점점 낮아지고 있고, 고령층 또한 생활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연금 수령액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제도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세대 간 형평성에 대한 논란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전문가 집단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도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제도의 향방에 따라 각 세대가 체감하게 될 변화의 폭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이 더 이상 특정 세대나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 전체의 삶의 질과 직결된 국가적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책 결정자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민연금 개혁은 여러 차례 논의되었지만 정치적 부담, 국민적 저항, 사회적 합의 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개편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도 유지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민연금 개편과 관련하여 다섯 가지 핵심 이슈가 주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첫째는 보험료율 인상, 둘째는 수급 개시 연령 상향, 셋째는 소득대체율 조정, 넷째는 재정추계 방식의 개선, 그리고 다섯째는 기금운용의 투명성 강화입니다. 이 각각의 쟁점은 단순히 숫자나 정책 변경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노후소득 보장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방향 설정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즉, 국민연금 개혁은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복지의 방향성과 철학, 그리고 세대 간 책임 분담의 균형을 재정립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큽니다. 이번 글에서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의 중심에 있는 주요 쟁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개혁이 필수적인지, 그리고 국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국민연금은 단지 고령층만을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미래의 청년, 장년, 고령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제도이며, 이 제도의 개혁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국민연금 개혁, 그 논의의 핵심을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보험료율 인상: 누구를 위한 부담 조정인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단순한 수치 조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현재,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 체계를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며, 나아가 세대 간 연대와 사회 안전망의 구조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을 요구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저부담-저급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국민연금 제도를 통해 노후소득 보장을 기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구축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입니다. 고령 인구의 급증, 출산율의 급락,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라는 삼중의 위기 속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은 더 이상 예측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퍼센트입니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각 4.5퍼센트씩 부담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지난 199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평균 보험료율은 약 18퍼센트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독일과 일본은 18~20퍼센트를 넘는 보험료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수치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부담 구조는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더구나 평균 기대수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은퇴 후 연금 수령 기간은 길어지고 있는 반면, 납입 기간은 줄어들고 있어 연금 재정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을 기점으로 적자 전환되며, 2055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고갈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시한이 명확히 예고된 위기 상황에서 보험료율 인상은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 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적 저항감입니다. 보험료율 인상은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부담 증가를 의미하며, 특히 자영업자, 프리랜서, 저소득 근로자, 청년층에게는 부담이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일정한 수입이 없거나 변동성이 큰 직종일수록 보험료 납부는 ‘의무’가 아닌 ‘부담’으로 인식되며,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청년층은 연금제도가 지금과 같은 구조를 유지한다면 자신들은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실제로 연금 수급 시점이 늦어지고, 수령 기간이 짧아지는 구조 속에서 자신들이 수급할 수 있는 금액은 현 세대보다 낮을 것이라는 불안이 팽배합니다. 이는 보험료를 더 내라고 요구받는 당사자들에게 당연히 불신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영업자나 영세사업자는 소득 대비 보험료 부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납부 유예 제도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인해 실질 소득이 줄어든 계층은 보험료율 인상이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료율 인상은 단순한 재정 균형 조정을 넘어서, 국민연금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과 병행되어야만 수용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인상은 단계적·점진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국민이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년 0.5퍼센트 또는 1퍼센트씩 인상하는 식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일정 시점마다 효과를 점검하며 보완하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둘째, 소득에 따른 차등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일정 소득 이하의 저소득 계층이나 청년세대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감면, 유예, 국가지원 등의 보완책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며, 이와 같은 형평성 조치는 국민의 공정성 체감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셋째,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전문성도 함께 강화되어야 합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약 1천조 원 이상이 운용되고 있으며, 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산을 분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 수익률의 불안정성, 정치적 외풍,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부족 등은 여전히 국민의 불신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가 책임 있게 운영되고, 향후 안정적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 없이는 어떤 제도 개선도 지지를 얻기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기금 운용 계획과 수익률, 운용 내역을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국민 설명회나 온라인 질의응답 창구 등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세대 간 형평성입니다. 현 세대가 보험료율 인상의 부담을 떠안고 제도의 재정 건전성을 높인다면, 그 대가로 미래 세대도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 납부하는 세대와 장래 수급하는 세대 간의 수급 격차가 심해진다면, 이는 곧 제도 자체에 대한 지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수급 개시 연령, 소득대체율, 수급 기간 등의 항목도 함께 손질해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춰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정기적으로 국민연금 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하고,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제도 설계에 반영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보험료율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것이 제도 신뢰 회복과 세대 간 공존, 형평성 보장과 맞물려야만 진정한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더 내야 한다”는 방식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으며, “왜 내야 하는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가”, “어떤 미래가 가능한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설명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더 이상 특정 세대나 소득 계층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탱하는 사회 안전망입니다. 그 구조를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부담을 나누는 일은, 결국 미래의 우리가 누릴 권리를 지켜내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수급 연령과 소득대체율 조정: 더 오래 일하고 덜 받는 구조?
수급 연령 상향과 소득대체율 조정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의 중심에 있는 가장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 중 하나입니다. 이 두 요소는 국민연금 수급 구조를 결정하는 핵심 축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연금의 수급 시기와 수령 금액을 조정하는 문제는 단순한 정책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실질적으로 국민의 노후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특히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재정 소진을 늦추기 위한 수급 연령 상향이 자연스럽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논의는 동시에 수급 공백 문제, 노동시장 불균형, 사회적 불안정성 같은 연쇄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어 섣부른 추진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민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은 63세이며, 2033년까지 65세로 상향되는 일정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68세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빠른 고령화 속도와 낮은 출산율로 인해 발생하는 기금 소진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2055년을 전후로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재정추계가 발표되면서 정부는 연금 구조 전반에 대한 전면 개편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중 수급 연령 상향은 연금 수급 개시 시점을 늦추어 기금의 지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지만, 정년 이후 소득이 없는 공백 기간을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국민의 노후 생계 불안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정 정년은 현재 60세로 고정되어 있으나, 현실에서는 많은 근로자들이 50대 후반부터 조기 퇴직을 경험하고 있으며,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나 자영업 형태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로 인해 정년 이후 수급 연령까지의 공백을 메울 방법이 없는 이들에게 수급 연령의 추가적인 상향은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년 연장, 고령자 고용 확대, 유연 근로 환경 조성 등 노동시장 구조 개편이 병행되지 않으면 수급 연령 조정의 실효성은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득대체율 역시 국민연금 제도의 신뢰와 직결된 요소입니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약 40퍼센트 수준이며, 이는 과거 60퍼센트 이상이었던 시기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입니다. 향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30퍼센트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목적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공적 연금으로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가능하게 하는 수준의 소득대체율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은 현재의 국민연금으로는 노후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등 사적 연금에 의존하거나, 장기적으로는 연금 수급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연금의 기본 취지를 흔드는 현상으로, 제도의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단순한 재정 안정성만이 아니라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혜택과 신뢰를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저소득층, 비정규직 근로자, 경력단절 여성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는 국민연금이 사실상 유일한 노후 보장 수단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입장에서 소득대체율을 지나치게 낮추는 개편은 오히려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급 연령을 상향하면서도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낮추는 이중 조정은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청년 세대의 경우, 높은 보험료를 납부하면서도 장차 수급 시기가 늦춰지고 금액은 줄어든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가입자의 탈퇴율이 증가하고, 연금 가입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면 결과적으로 제도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급 구조 개편은 세대 간 형평성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 전체의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상향을 동시에 추진하는 '균형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세대가 조금 더 부담을 나눔으로써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고, 연금 수급자에게는 최소한의 생활안정을 보장하자는 취지입니다.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하되, 그만큼 수급자의 연금 수령액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 신뢰를 회복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국민의 부담을 증가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금 기금의 안정성과 수급자의 체감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수급 연령 상향과 소득대체율 조정은 단순한 재정 수치를 맞추기 위한 조정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철학과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고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세대 간 갈등 등의 복합적 문제를 함께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제도 수치만을 조정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국민연금은 단지 수급 시기와 금액을 조절하는 기술적 제도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며, 그 약속의 무게는 어떤 수치보다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금 고갈 논란과 운용 개혁: 신뢰 회복이 먼저
국민연금 기금은 현재 900조 원 이상이 적립되어 있을 만큼 규모가 크지만, 그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재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경 완전히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은 단지 숫자상의 고갈 가능성 때문만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노후를 책임지는 마지막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근본적인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금 고갈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연금 수령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제적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 고령자들의 빈곤 문제를 심화시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사회보장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켜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적 파급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가진 신뢰성은 곧 국가의 복지 신뢰도와 직결되며, 이는 연금 제도 자체가 존속 가능한지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는 국민 신뢰 회복의 핵심입니다. 현재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기본적인 방향성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운용은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가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체계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하거나 전문성보다 관료적 결정이 우선시된다는 비판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특히 국제 수준의 투자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처우 개선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기금운용본부의 인력 이탈이 반복되고 있어 수익률 관리의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2022년 기록된 -8.2퍼센트의 연간 수익률은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악화라는 외부 요인이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는 강한 불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금이라는 성격상 장기투자가 기본이라는 원칙이 있더라도, 단기적인 손실이 누적될 경우 제도 자체의 안정성에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보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실시간 위기 대응이 가능한 투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통해 연금 수익률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완화시켜야 합니다.
기금의 수익률 향상만큼 중요한 것은 그 운용의 '투명성'입니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매년 기금운용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나 복잡한 수치 중심의 보고로 인해 체감도는 낮습니다. 국민이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형식의 공개자료가 제공되어야 하며,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실시간 정보 확인 시스템, 이해도 높은 영상 콘텐츠, 지역 설명회 등을 활용한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투명성은 제도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은 단순히 수익만을 추구하는 자산이 아니라 공공성과 사회책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성격을 가집니다. 이에 따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와 같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다만, 이를 지나치게 정치화하거나,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수익성 훼손과 국민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금의 운용 목적이 본질적으로 '수익성과 안정성'에 있다는 원칙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합니다.
기금 고갈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장 현실적인 접근은 수익률 제고입니다. 보험료율 인상은 필연적인 과제지만, 당장 시행할 경우 사회적 반발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수익률 향상을 통해 기금의 지속 기간을 최대한 늘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략적 투자를 병행하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원칙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필수입니다. 동시에 연기금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국내 벤처 기업이나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도 검토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정책 목적이 아닌 수익성 확보라는 기준 아래에서만 운용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사회적 자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민이 제도의 참여자이자 감시자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보험료를 납부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제도의 주체로서 자신의 노후와 제도 운용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가져야 하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 제공과 참여 채널을 강화해야 합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조 개편, 공청회 확대, 정책 결정 과정의 공개화는 이러한 참여의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문제는 제도 설계와 운용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 간의 신뢰의 문제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수익률 개선이나 보험료율 인상이 아닌, 국민이 믿고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며, 그것이 바로 국민연금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것입니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미래는 더 불평등해집니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입니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불평등은 더 커지고, 젊은 세대는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되며, 세대 간 갈등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연금은 단지 노후의 생계를 위한 제도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안정성과 형평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공공자산입니다. 고령화와 초저출산이라는 인구 구조의 대전환 속에서, 현재의 연금 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책무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에 눈감지 않는 정치적 용기입니다. 보험료율 인상, 수급 개시 연령 상향, 소득대체율 조정, 기금운용 방식 개선 등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의는 어렵고 복잡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회피한다면 미래 세대는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개혁은 단기적으로 불편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연금 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개혁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분명하게 밝혀야 하며, 국민은 이러한 변화의 주체로서 제도 개선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특히 연금개혁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연대를 필요로 합니다. 특정 세대나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된 과제이기 때문에, 개혁의 방향은 공정하고 균형 잡혀야 하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보장 체계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정보 공개, 지속적인 교육과 설명,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입니다. 국민연금은 정부 혼자서 책임질 수 있는 제도가 아닙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신뢰와 참여가 기반이 될 때 비로소 제도는 제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국민연금을 재설계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입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 세대는 더 많은 비용과 혼란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국민연금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준비된 개혁만이 지속 가능한 연금과 공정한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정부와 국회,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때입니다.